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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중환은 그의 ‘택리지’에서 변산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노령산맥의 한 줄기가 북쪽으로 부안에 이르러, 서해 가운데로 쑥 들어간다. 서쪽과 남쪽, 북쪽은 모두 큰 바다다. 산 안에는 많은 봉우리와 깎아지른 듯한 산마루, 평평한 땅이나 비스듬한 벼랑을 막론하고 모두 큰 소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나서 햇빛을 가리고 있다. 골짜기 바깥은 모두 소금 굽고 고기 잡는 사람의 집들이지만, 산중에는 좋고 기름진 밭들이 많다. 주민들이 산에 올라 나무를 하고, 산에서 내려오면 고기잡이와 소금 굽는 것을 업으로 하여, 땔나무와 조개 따위는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 된다.…" 또,
“장작불로 생선국에 쌀밥 지어 먹을 수 있는 곳은 조선팔도를 통틀어 황해도 해주와, 충남 서산, 전라도 변산 뿐이여...” 하시며 ‘변산 예찬론’을 펴시던 예전의 마을 어른들 모습을 기억 한다. 산 좋고, 들은 넓은데다 바다까지 끼고 있어 장작불에 하다못해 조개국이라도 끓이고, 기름기 흐르는 쌀밥 지어 먹을 정도로 풍족한 고장이니 “‘생거부안’ 아닐쏘냐...”라는 이야기다. 내 어릴 적 기억으로도 그렇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 바로 이중환이 얘기했듯이 '땔나무와 조개 따위는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 된다'는 부안의 변산 바닷가 인데, 시장이 있는 부안읍내와는 거리 먼데다. 살림 또한 워낙 궁색해 시장봐다 방상 차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 손님이라도 온다치면 호미와 대바구니를 챙겨 들고 얼른 갯가로 나가 조개, 굴, 고둥 등을 따다가 밥상을 차린다. 손님들은 변산에만 오면 밥맛이 좋다며 만족해 하시는데, 조미료가 없던 시절에 갖가지 어패류를 넣고 요리를 하니 맛이 날 수 밖에…, 지금도 변산의 바닷가 사람들은 왠만한 갯것 정도는 돈 주고 사먹지 않고 갯벌에서 나는 이것저것들로 식탁을 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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